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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쳔뷰/문화

시간 예술_한국의 먹거리

고려청자는 우리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그 신비한 푸른 빛은 지금의 최첨단 기술로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고려시대 당시의 도공들의 그 장인 정신이 얼마나 뛰어났을까 하고 감탄하게 된다. 물론 고려청자는 그 당시 도공들의 기술을 넘어선 예술가적 혼이 서린 작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 그 청자의 빛이 나기까지는 천 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첨단 기술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천 년이란 시간인 셈이다. 그러니 고려청자의 그 우수성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먹거리라는 것도 그렇다.


묵은지로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발효된 된장이나 고추장을 사용하는 많은 우리 전통 음식들도 결코 한두 시간만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몇 분이면 완성되는 서양의 샐러드에 비하면 우리의 나물 요리들도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다. 때문에 한국의 대부분의 음식들은 어떤 탁월한 셰프의 기술로도 쉽게 완성될 수 없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음식을 만들지언정 시간을 만드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음식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김치만 해도 세계 5대 베스트푸드에 꼽힐 정도가 아닌가. 그러나 아뿔사! 한국의 음식이 세계화되기는 글렀다. 모든 세계화된 먹거리들은 손쉽게 만들고 보급되는 특성 때문이다. 오랜 시간 숙성되어 나오는 깊은 맛의 한국 음식들은 분초를 다투는 현대인들의 그 바쁜 일상에 맞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 요리들은 밥과 콤비를 이룬다. 김치도 그렇고 나물도 그렇고 찌개나 탕도 모두 밥을 전제로 하는 반찬(side dish) 요리들이다. 그러니 밥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음식의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처음 김치를 접하는 대부분 서양 사람들은 밥하고 함께 먹는 줄 모르고 샐러드 먹듯이 덮석 김치를 집어먹고는 바로 당황하게 된다. 아마도 그들에게 김치는 최악의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김치의 진가를 알게 되는 서양 사람들은 오랫 동안 한국의 밥 문화에 익숙한 후이다. 비로소 오랜 시간 발효된 김치의 그 젖산이 그들의 위장을 중독시킬 때, 서서히 김치 없이는 식사하기 어려워지는 시간의 마술을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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